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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일상글

꼬깃꼬깃 비상금

by 비고미 2011. 6. 24.

예전 직장 다닐때가 생각난다...

봉급생활자들에게 두툼한 현금이 든 봉급 봉투는 감투나 마찬가지였다.

은행에 통장 정리만 끝나면 깡그리 아내의 몫이 되고 마는 요즘과 달리

중후했던 봉투 속에서 풍겨오던 텁텁한 돈 냄새.

볼때마다 보석처럼 빛나보이던 현금의 유혹.

 

그러다 생각지도 않았던 특별 상여금이나 수당 등이 생기는 날엔 일부를

떼어내 두툼한 책갈피나 화장실 천장 속에 아내 몰래 감추어 놓곤 했다.

 

생활비를 요리저리 쪼개 놓고 한숨짓는 아내에 비해 나는 노동의 댓가를

아내에게 고스란히 상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텅텅 비어가는 지갑의

비애를 그런 짜릿한 모험과 긴장감으로 달랬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 비상금액이 크면 얼마나 컸으랴.

언제나 술과 방탕으로 이어진 것만도 아릴진대.때론 용돈을 쪼개 아이들

앞에 슬쩍 장남감 이라도 쥐여주기도 하고,"먹고 싶었다며?"하고

겉으론 통명스럽게 말하며 외식이라도 할 때면 은근히 뿌듯하기도

했던 돈의 실체.

 

때론 숨긴곳이 생각이 안 나서 허둥거리기도 했었지만...

그러나 그 비상금이라는 것도 한때가 아닐까?

 

나이들고 힘없을때 혹시라도 돈이 없어 체면을 구기지나 않을까 슬쩍

뒷주머니에 챙겨주는 아내의 고마움도 언젠가는 아니 조만간 느끼리라...

 

그러게...

오늘도 남모르는 어딘가에 꼬깃꼬깃 챙겨둔 비상금이 있다면 장미꽃 한 송이

묶어 감성 가득한 책 한권과 함께 슬쩍 밀어줄 때 아내의 감동 또한

몇배의 메아리로 돌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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