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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일상글

아버지의 파카만년필

by 비고미 2011. 6. 24.

내일이 어버이 날 이어서 그런지 어릴적 생각이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아침 부터 저녁까지 환자들만 보시니

외출할 시간이 거의 없으셨기에 양복 주머니에는

귀한 파카 만년필이 주머니에 꼿혀 잠만 자고

있었다.

 

모든게 귀했던 시절에 파카 만년필은 나에게

요상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언제 부턴가 아버지가

진료하실때는 그 만년필을 잠에서 깨우기 시작했다.

 

내게 만년필의 용도라야 글씨를 쓴다기 보다는

물총에 가까웠다.

 

만년필은 뒤에 고무가 달려

있어서 잉크를 한 모금 들이키고 손으로 누르면,

파란 잉크가 안개처럼 퍼지면서 종이랑 벽에 뿌려

졌는데 그 놀이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어느날 오후

어김없이 만년필을 가지고 놀았는데 그날따라

잉크가 잘 나오지 않아 그 만년필을 잡고 손에 힘을

양껏 주며 여러번 흔들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아~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손가락에서 벗어난 만년필은 박살이 나고 말었다.

 

눈앞이 깜깜했다.귀한 만년필을 망쳐 놨으니

야단맞는 것은 둘째치고 어떻게 말할 엄두가 나질

않아 재빨리 만년필 조각을 치우고 얌전히 방바닥에

놓아두고 병풍뒤에 꼼짝없이 숨어 있었다.

 

저녁무렵

아버지가 부서진 만년필을 봤는지 요념들 누구야~

외마디의 소리가 귓전에 맴돌더니 아련하게 40년

전 쯤의 세월속으로 사라졌다.

 

아, 그소중한 추억의 장난감과 콩닥거리는

마음이라니,세월을 거슬러 아버지의 꾸지람 이라도

듣고 싶은데...

 

늘 머리맏에 즐겨 들으시던 곽선희 목사님의 설교

테이프와 세상 욕심없이 편안하게 주무셨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매년 찾아오는 어버이 날이지만...

5월8일 어버이 날은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금 깨닫고

새기는 날이라 생각을 합니다.

 

귀한 선물도 좋겠지만 전화라도 자주 드리는

마음의 선물은 어떨까싶네요.

 

우리 모두 힘내고 부모님들 모두 건강했으면 합니다.

 

대구에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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