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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일상글

어릴적눈과 지금눈

by 비고미 2011. 6. 24.

 

오늘 아침에는 대구에도 모처럼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도로가 엉망이고 지하철이 북적이었네요.

 

어제밤부터 전국적으로 눈이 많이 내렸다는데 얼마전에도 눈이 엄청 내렸습니다.

온 세상이 눈에 뒤덮여 하얀 세상을 이루었고 세상은 눈으로 인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출근을 못하고 전동차가 고장나고 고속도로와 국도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고속철과 항공편이

중단되었더군요.

 

교통사고와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까지 생겼습니다.눈이 재난이 되어 온 세상의 질서 체계가

하루 아침에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단지 눈이 내렸을 뿐인데 어째서 사람 사는 세상이 이렇게 북세통이 되는 걸까...

 

어린 시절 눈이 많이 내려도 세상은 고요했습니다.깊은 밤 귀를 기울이면 사락사락 눈 쌓이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마을은 고요했습니다.

 

그래서 자박자박 누군가 눈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소리가 선명이 들렸던것 같다.

 

눈에 뒤덮인 마을풍경 그것이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겨울의 기억이자 추억입니다.

눈 내리는 밤 화롯가에 모여 앉아 군밤이나 고구마를 구우며 듣던 할머니나 동네 형들의 구수한

옛날이야기가 우리를 키웠고 또한 꿈꾸게 했던 것입니다.

 

이제 눈이 내리면 우리는 출근 걱정하고 운전 걱정을 합니다.눈이 내린다는 설렘보다 눈으로

인해 귀찮아질 일을 먼저 떠올립니다.물론 우리들이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지만 우리 어린시절

나이때 요즘 어린아이들은 무슨 마음일까요?예전 우리들의 동심과 같은지 모르겠네요.

 

예전의 눈은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대상이었지만 이젠 그런 자연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것 같다.

 

눈을 눈으로 감상하지 못하는 현실은 마음의 고갈을 반영하고 마음이 고갈된 세상은

무미건조하고 삭막합니다.

 

우리 마음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처럼 견고하고 거칠어져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온정을

잃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먼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던 시절 깊은밤 눈을 뜨고 듣던 솔바람소리 사락사락

어둠 속으로 눈 쌓이는 소리를 되살려 보세요 그 시절과 지금 우리가 얼마나 다르게 대하고 있는지

절로 깨우치게 됩니다.

 

30년전에 들었던 송창식의 '밤눈'이라는 노래를 듣고 싶은 날이네요.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없이 가만히 눈감고 귀 기울이면 까마득히 먼데서 눈맞는 소리 흰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눈내리는 대구에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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