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조그마한 하꼬방과 만화가게가 몇군데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생각나는 하꼬방이 있다.
민수집 맞은편 태광라사(양복집)바로 옆에 조그마한 하꼬방이 있었고 가게 주인은 오주영이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조그마한 키에 주름살이 많었고 할머니 만큼 작은 하꼬방은 개울가 위에 함석으로 대충 만들어졌고 널판지
바닥 밑으로는 백림소 줄기의 물이 흐르고 있었고 뽑기 하다 급하면 나무 판자 사이로 쉬도 했었다.
가게에는 빨주노초...풍선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여러가지 모양의 과자들도 있었고
물총,화약,무지개 사탕,십리오다마,뽑기...등 없는게 없었다.
할머니 하꼬방의 주종목은 뽑기였고 할머니는 꽝을 좋아했다.
꽝이 나오면 어김없이 흐흐흐 웃으시며 쥐어주던 무지개 사탕 아니면 십리오다마 한개...이빨 부러져 오는 아이들은 십중팔구
십리오다마 깨먹다가 온 경우였다.
뽑기하면 한적한 길거리에 앉아서 설탕물을 녹여 왕잉어,거북선,권총등의 모양을 유리상자안에 전시해놓고 우리들을 유혹했었다.
1부터 100까지 씌여진 바둑판 모양의 숫자판에 번호 막대 5개를 올려 놓은다음 번호를 뽑아서 일치하면 해당 설탕과자를
주는 거였고 깡통에 종이를 접어 흔든후 뽑는 방법도 있었다.
1부터 100까지의 숫자판이니 왕잉어가 걸릴 확율은 1/100 정도 였으나 꼭 될것만 같었다.
지금 생각하면 확율적으로 승산이 없는 겜이었지만 뽑기만한 잼있는 것도 없었던것 같았다.
또 뽑기국자도 많이 했었는데 설탕을 담은 국자를 연탄 화덕 위에 올려놓고 소다를 섞어 보글보글 녹여가며
부풀린 후에는 철판에 '탁' 두드리며 동그란 신사모자 처럼된 누르개로 살짝 누르고 '뭘로 할거야'물어보면 우리들은 별, 오징어,
하트, 오리, 등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중 하나의 모형을 살짝 올리고 누르면 모양이 나오는 것이었다.
뽑기 안의 별이나 달을 뜯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앞 이빨로 갉아 먹어가며 조금씩 파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바늘에 침을 묻혀가며 우표 구멍처럼 촘촘히
구멍을 뚫어가며 뜯어내는 방법
그냥 손으로 뚝뚝 분지르다가 운 좋게 모양만 남는 방법,하지만 대개 결과는 뻔했다.
아저씨가 힘있게 쾅 눌러주는 배려가 없이는 항상 마지막 조금 남은 잘록한 부분에서 대부분 실패하고야 마니까....
성공하면 한 개를 더 주는 기대감과 조금씩 떼어내며 먹는 재미로 시간 간줄 몰랐었다.
그 시절이 그립다.아~옛날이여~~~
대구에서...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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