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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주저리/일상글

한통의 슬픈전화.

by 비고미 2011. 12. 28.

다사다난했던 2011년도 얼마 남지 안았네요 올 한해를 돌아보니 기억에 남는 고객분이 생각나 적어봅니다.

몇달전 60대 중반의 부부가 보청기를 하러 방문하셨다.

청력검사를 하는데 기력이 없어서 인지 다리에 힘이 없고 잠시 이동중에도 부축없이는 힘이 들어 보였다.

높은 주파수 대역의 음도 분간을 못할정도로 기력이 약해져 있었고 숨도 고르지가 못하여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암환자라며 남편분께서 울먹인다.

남편분께서는 보청기를 좀 빨리 해주면 좋겠다며 부탁을 하며 부인을 부축하는데 부인께서는 깊은 한숨만 쉬며 고개를 숙이며 무슨죄가 있냐고 한숨만 되 뇌인다.

주말이어서 목요일까지 해드리겠다고 말씀 드리니 좀더 빨리 한번더 부탁을 하며 돌아가는 부부의 뒷 모습이 너무나

허전해 보였다.

그런데...

보청기를 맞추고 3일후 아들이라는 분께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보청기가 다 되었다면 가져가서 같이 화장을 해 드리고 싶다는 전화였다.

한 순간 멍하였다.


사람의 생명이 이 처럼 허망하다니...불과 몇일전의 만남이었는데...


아들의 말을 좀더 들어보니 병원에서도 손을 못쓰는 말기암이었고 평상시 어머님께서는 청력이 안좋았지만 형편상 보청기를 못해드렸지만 단 몇일동안이라도 그동안 못 들었던 소리라도 들려 드리고 싶어서 였단다.

누구나 잠깐 왔다 잠깐 가고 잠시 먼저 갈뿐이지만...


잠시 스치는 인연인 나의 마음도 이처럼 아픈데 사는동안 정이 들었던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요...


좀더 빨리...좀더 빨리...

남편분의 부탁소리가 귓전에 맴돔니다.

하루라도 세상의 소리, 사랑하는 가족들의 소리를 들려 드리고자 하는 남편분의 부탁을 못 지켜드려 마음이 아팟습니다.

이 세상 마지막 가는 날까지 보청기에 의지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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